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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야생화의 정명을 사용합니다
황소 2007.03.24 11:42 조회 수 : 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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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오후들면서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군요.

    덩치큰 황소가 작고 예쁘장한 광대나물과 한판 놀아 볼가나?

    광대나물은 꿀풀과의 초본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순형화 (순형화-한자 자판활용이 어렵군요. 입술순,모양형,꽃화라고 해두기로 하고)
    라고도 부르는데 꽃의 모양새가 입술을 닮았기 때문 이겠지!
    옛 사람들의 작명 실력에 웃음을 짓게되네......

    아무튼 광대나물의 꽃모양은 붉은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쫙 벌리고 있는 모습이지요.
    광대나물이 왜 이처럼 봄날 따뜻한 양지에서 예쁜 입술을 아귀처럼 벌리고 있을까요?

    다 이유가 있지요.
    아랫입술에는 하늘을 향해 예쁜 무늬가 있어요.
    여러분들은 헬기장을 보신적이 없나요.?
    하늘에서 보면 헬리곱터가 바르고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흰색으로 표시되어 있듯이
    광대나물의 아랫입술에는 하늘을 나는 벌이나 곤충이 편안하게 올 수 있도록 아름다운 무늬로
    유인하기 위합이지요. 표식이 되는겁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 작고 연약한 한 포기의 풀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공감이 가지 않나요?

    좀더 자세히 살펴 볼까요?
    아랫입술의 면적이 윗입술에 비해 넓게 생겼지요?
    이 또한 이유가 있다구요.
    착륙장이 좁으면 착륙하기 힘들지요.
    별로 넓지 않다구요.
    2쪽으로 벌려진 아랫입술 위의 무늬가 벌이 착지할 위치이며
    너무넓으면 꿀을 빨기위한 행동 반경이 커지므로 정화한 위치선정이 않되어 다른 문제점들이 생겨나지요.
    이 작은 꽃으로 봐서는 벌의 크기와 무게를 모두 감안하여 설계하였다고요.

    윗입술로 시선을 옮겨 볼까요.?
    꽃의 안쪽 깊은 곳을 향해서 몇가닥 선이 있지요.
    이것은 벌이 이곳 저곳 헤메지 말고 곳바로 꿀을 빨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비슷한 것이지요.

    꽃의 구조는 안쪽으로 갈수록 기늘어 좁아집니다.
    벌이 꽃속을 기어 들어가면 윗입술에 숨어 있던 수술이 늘어져 벌 등에 광대나물의 꽃가루가 묻지않겠어요,
    또한 윗입술의 끝이 뾰족하여 벌이 긴 대롱처럼 생긴 입으로 좁고 깊은 꿀샘 속의 꿀을 빨고 나오면
    몸에 묻은 꽃가루가 확실히 붙도록 눌러주는 역할까지 하게 되겠지요,

    광대나물의 생김새가 계산된 설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봄이 지나 벌들이 잘 활동하지 않는 여름이 되면 광대나물은 입을 굳게 닿아버립니다.
    그리고는 잎 아래에 눈에 잘 띠지않는 폐쇄화를 만듭니다.
    도움이도 없는데 쓸데없이 소모적인 생산활동을 줄이고 자가수정을 하겠다는 뜻이 아닐까요?
    오랜 세월동안 생식 조건에 관해 철저하게 전략을 세워 자기 몸의 형태와 기능을 변화셔가는
    광대나물에 대해 놀라움과 찬사를 아니 보낼 수가 없어요.
    제 생각에 수긍이 갑니까?

    별것 아닌 풀 한포기를 보고 과장이 심하다고요?
    그렇다하더라도 내가 광대나물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 광대나물이 꽃을 피웠네" 가 고작이지요.


    여러분들도 작은 풀 한 포기와 조용히 대화를 해 보세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답을 얻을 수 있어요.
    도통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도사가 되는가?

    재미 없다구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인공위성이 나는 세상에 느립보가 되어서야.......
    그래서 내가 황소 인가봐!

    오늘 차분히 생각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라면서

    2007. 3.26 (월) 대아수목원에서 황소 씀